소장기록

제목재벌, 과연 위기의 주범인가 : 위기 이후 재벌정책의 평가와 과제


설명재벌 내지 대기업에 관한 논쟁은 결국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논쟁이고, 재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결국 그들의 資本主義觀을 불가피하게 반영한다. 위기 이후의 재벌정책을 가장 강력하게 뒷받침한 힘은 '危機에 대한 財閥責任論'이다. 이를 인정하든 않든, "재벌 때문에 위기가 왔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많은 규제들이 별다른 저항없이 도입될 수 있었겠는가? 아마 상당수의 재벌까지도 한때나 마 속마음으로는 자기네들 때문에 위기가 왔다고 믿었을 것이다. 따라서 위기에 대한 재벌책임론을 논하는 것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I章에서는 경제위 기에 대한 세가지 설명을 소개하고, 그 중 하나로서 "한국경제에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어 왔기 때문에 위기가 불가피했으며, 위기를 극복하려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소위 構造調 整論에 대하여 그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過信의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한국경제에 구조 적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은 물론 타당하며, 이는 위기 훨씬 이전부터 많은 구조주의자들이 말하던 바이다. 산업조직론을 전공하는 필자 또한 구조주의자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한국경제에는 고쳐야 할 구조적 문제가 많다"는 주장과 "구조적 문제 때문에 위 기가 왔다"는 주장은 별개임을 인식하는 것이 냉정한 판단이다. 前者의 주장이 옳다고 해 서 後者의 因果關係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구조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구조의 문제가 위기 를 초래했다면, 그 구조라는 것이 1년만에 변하는 것이 아닌 한, 1999년 이후의 급속한 경제 회복은 설명하기 힘들다. 구조적 문제를 치유해야 한다는 명제는 위기상황이든 위기가 아 니든 항상 옳은 것일 뿐이다. 그러나 구조의 문제 때문에 위기가 왔다거나, 위기를 극복하 는 데 구조조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발상은 구조주의자들의 오해 내지 과장일 가능성이 크 다. 오히려 정치경제적으로 흥미있는 이슈는 위기상황을 잘 이용하면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가 쉽다는 점일 것이다. 위기에 대한 財閥責任論은 당연히 財閥改革論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필자가 보기에 지 난 2년간 우리 사회에서 유행한 재벌개혁론의 압권은 財閥解體論이었다. 재벌해체라는 말 에 워낙 자극적인 측면이 있어 실제로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 말을 입밖에 꺼내 기 싫어하고 경쟁력강화 등의 명분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지난 2년간 진보진영의 많은 학자들이 재벌책임론에 근거하여 사실상 재벌해체를 주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김기원교수님(1999.11.20)의 글이 잘 묘사했듯이 진보진영의 재벌개혁론도 사람에 따라서 그 초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들이 평균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급진적인 재벌해체라고 해도 크 게 틀리는 말은 아니다. 이에 따라 이 글의 II章은 재벌해체론의 비판이다. 지난 2년간의 재벌개혁론 중에서 가 장 주목할 만한 것이 재벌해체론이었기 때문에, 해체라는 말의 자극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면으로 거론하는 것이 훨씬 솔직하고 유익한 논의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재벌의 해체라는 말은 엄밀한 정의가 존재하는 말이 아니었고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마다 무엇의 해체를 의미하느냐가 다른 경우도 많았다. 필자로서는 해체론자들의 언어 습관을 풀이하여 해체의 의미를 해석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룹]의 해체와 [오너]경영의 해 체라는 두가지 의미로 통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前者는 [그룹]이라는 기업조직을 해체하여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지향한다는 의미이고, 後者는 [오너]경영이라는 지배구조를 해체하여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을 지향한다는 의미인 만큼 양자는 서로 다르며, 재벌해체는 양자를 포괄하거나 둘 중 하나의 의미를 가지는 용어라고 풀이되는 것이다. 재벌해체는 주로 수면하에서 논의되어 왔으나, 1999년 대통령의 8.15경축사 이후 공론화 된 적도 있었다. 어쨌든 중요한 점은 재벌해체론이 현 정부의 재벌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 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스스로 정부의 새로운 재벌정책은 "재벌해체가 아니라 선단식 경영의 종식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해석함으로써, "사실상 절반의 재벌해체," 즉, 그룹의 해 체와 독립경영의 지향을 재벌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그룹의 해체라는 효과를 갖는 정책수단 중에서 이미 동원되고 있는 것은 내부거래규제, 채 무보증제한, 출자규제 등이다. 재벌과 금융을 분리하는 정책이 추진되면, 이 또한 그룹의 해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계열분리명령과 같은 장치는 아직도 공식화된 적은 없지만, 그 룹을 해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현 정부의 재벌정책 중에 는 [오너]경영의 해체, 내지 과거 방식의 지배구조를 해체하는 정책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모든 재벌을 대상으로 총수경영권의 완벽한 해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가까운 지향점을 갖는 지배구조정책이 도입되고 있으며 회장실폐지, 사재출연, 그룹총수에 대한 법집행과 같 이 [오너]경영의 해체에 가까운 시도가 존재함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벌해체론이 이처럼 현 정부의 재벌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필 자로서는 재벌해체론이 얼마나 견고한 논리적 기반을 갖는지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해 체론을 떠받치고 있는 논리는 많지만, 그 중에서 獨立經營論과 專門經營論이야말로 그 핵심 이라고 볼 수 있다.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룹식 선단식 경영의 폐해와 총 수 1인 지배체제의 폐해를 지적하기 때문에 그 논리적 종착점은 독립경영과 전문경영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우리 사회에서 관료, 정치인, 언론인 중에서 도 독립경영과 전문경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으로서, 결국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두터운 지지세력을 가지는 셈이다. 그러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재벌해체론의 논리적 근거인 독립경영과 전문경영이란, 우선 기업의 차원에서 이것이 경쟁력강화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가 분명치 않을 뿐 아니 라, 정부정책이 이러한 목표를 갖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재벌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재벌정책에 대한 처방이 달라지는 것은 너 무나 당연한 것인데, 재벌정책에 대한 합의가 어려운 것은 결국 진정한 재벌문제가 무엇이 냐에 대한 각자의 논리와 믿음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I章에서는 재벌해체론이 주 장하는 재벌문제와 필자가 주장하는 재벌문제를 대비하고, 결국 정부가 재벌정책을 입안함 에 있어서 어떠한 財閥經濟學을 선택할 것인지 묻고 있다. 해체론자의 독립경영론과 전문경영론에 비하여 필자가 보는 재벌의 문제는 기업가정신의 퇴조, 취약한 핵심능력, 미약한 위기관리능력, 한국경제의 시스템리스크, 그리고 재벌의 정치 적 힘과 한국자본주의의 건전성 약화 등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문제를 야 기하는 뿌리를 이해하는 것으로서, 지배구조의 실패, 금융시장의 실패, 퇴출시장의 실패, 시 장경쟁의 실패, 경제력의 정치적 영향력, 정신분열적인 기업관과 잘못된 재벌경제학, 그리고 법치주의 실패, 재량주의 득세, 부패 등을 재벌문제의 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재벌경제학을 선택하는 일, 즉, 무엇이 진정한 재벌문제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가 장 중요한 대목이다. 문제의식 없는 정책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재벌의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하고 나면, 남는 과제는 그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어떠한 정책을 동 원할 것인가인데, 이 단계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하여 과연 정부정책이 필요한가를 고민할 필 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를 거쳐 필자는 III章에서 현 정부의 재벌정책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그 중 에서 가장 핵심적인 시책들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배구조정책, 내부거래 출자 채무보증규제와 같은 그룹해체정책, [빅딜]정책, 부채비율 200%와 재무구조개선시책, 부실기업정책 등의 잘 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을 평가하고 있다. IV章에서 재벌정책의 향후 과제를 제시함에 있어서 필자는 우선 현 정부가 기본원칙이 나 기본인식의 차원에서 기존의 입장을 수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경쟁력이 재벌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한국자본주의의 건전성을 위하여 필요한 재벌정 책도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앞서 논의한 대로 위기에 대한 재벌책임론이나 재 벌해체론 등 논리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주장을 분명히 배척하고, 재벌개혁과 같은 구조정 책은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2년과 같이 약속 합의 강박보다는 법과 시장을 활용할 수밖에 없음을 주장한다. 필자가 제기하는 재벌정책의 향후 과제는 이 모든 논의의 결론이다. 산업과 금융의 분 리를 지향하되, 관치금융과 재벌금융은 두가지 모두 문제라는 점에서 양자의 동시개혁이 필 요하다. 지배구조는 책임성을 제도화하되 과속을 자제하고 영미식의 강요보다는 한국형 지 배구조의 자생적 발전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부실기업의 퇴출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 지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과제이다. 총수 임원 등 개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공정하 고도 엄정한 법집행은 재벌정책의 기본이지만, 검찰의 중립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현행 규제 중에서는 내부거래규제를 정상화하는 것과 빅딜을 시장에 맡기는 정책전환이 가장 중 요할 것이다. 앞으로의 재벌정책에는 행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인 반면, 법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한편 한국자본주의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재벌과 언론의 분리 등 을 추진해야 할 것이지만, 본 보고서의 범위를 벗어나는 과제이다. 이 보고서는 1999년 말~2000년 초에 대부분 작성된 것이다. 따라서 보고서가 출간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제2의 경제위기, 제2의 금융구조조정, 제2의 재벌구조조정, 그리고 현대그룹 부실화 등을 반영할 수 없었다. 2002년경 김대중 정부의 임기가 종료되는 시점에 또 한번의 냉정한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생산자유승민


날짜2000-06-21


기록유형문서류


기록형태보고서/논문


주제정치경제


연관링크http://www.kdi.re.kr/research/subjects_view.jsp?pub_no=81&pg=3&pp=1000&mcd=001002001


식별번호KC-R-00465


제목재벌, 과연 위기의 주범인가 : 위기 이후 재벌정책의 평가와 과제


설명재벌 내지 대기업에 관한 논쟁은 결국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논쟁이고, 재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결국 그들의 資本主義觀을 불가피하게 반영한다. 위기 이후의 재벌정책을 가장 강력하게 뒷받침한 힘은 '危機에 대한 財閥責任論'이다. 이를 인정하든 않든, "재벌 때문에 위기가 왔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많은 규제들이 별다른 저항없이 도입될 수 있었겠는가? 아마 상당수의 재벌까지도 한때나 마 속마음으로는 자기네들 때문에 위기가 왔다고 믿었을 것이다. 따라서 위기에 대한 재벌책임론을 논하는 것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I章에서는 경제위 기에 대한 세가지 설명을 소개하고, 그 중 하나로서 "한국경제에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어 왔기 때문에 위기가 불가피했으며, 위기를 극복하려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소위 構造調 整論에 대하여 그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過信의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한국경제에 구조 적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은 물론 타당하며, 이는 위기 훨씬 이전부터 많은 구조주의자들이 말하던 바이다. 산업조직론을 전공하는 필자 또한 구조주의자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한국경제에는 고쳐야 할 구조적 문제가 많다"는 주장과 "구조적 문제 때문에 위 기가 왔다"는 주장은 별개임을 인식하는 것이 냉정한 판단이다. 前者의 주장이 옳다고 해 서 後者의 因果關係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구조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구조의 문제가 위기 를 초래했다면, 그 구조라는 것이 1년만에 변하는 것이 아닌 한, 1999년 이후의 급속한 경제 회복은 설명하기 힘들다. 구조적 문제를 치유해야 한다는 명제는 위기상황이든 위기가 아 니든 항상 옳은 것일 뿐이다. 그러나 구조의 문제 때문에 위기가 왔다거나, 위기를 극복하 는 데 구조조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발상은 구조주의자들의 오해 내지 과장일 가능성이 크 다. 오히려 정치경제적으로 흥미있는 이슈는 위기상황을 잘 이용하면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가 쉽다는 점일 것이다. 위기에 대한 財閥責任論은 당연히 財閥改革論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필자가 보기에 지 난 2년간 우리 사회에서 유행한 재벌개혁론의 압권은 財閥解體論이었다. 재벌해체라는 말 에 워낙 자극적인 측면이 있어 실제로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 말을 입밖에 꺼내 기 싫어하고 경쟁력강화 등의 명분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지난 2년간 진보진영의 많은 학자들이 재벌책임론에 근거하여 사실상 재벌해체를 주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김기원교수님(1999.11.20)의 글이 잘 묘사했듯이 진보진영의 재벌개혁론도 사람에 따라서 그 초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들이 평균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급진적인 재벌해체라고 해도 크 게 틀리는 말은 아니다. 이에 따라 이 글의 II章은 재벌해체론의 비판이다. 지난 2년간의 재벌개혁론 중에서 가 장 주목할 만한 것이 재벌해체론이었기 때문에, 해체라는 말의 자극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면으로 거론하는 것이 훨씬 솔직하고 유익한 논의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재벌의 해체라는 말은 엄밀한 정의가 존재하는 말이 아니었고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마다 무엇의 해체를 의미하느냐가 다른 경우도 많았다. 필자로서는 해체론자들의 언어 습관을 풀이하여 해체의 의미를 해석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룹]의 해체와 [오너]경영의 해 체라는 두가지 의미로 통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前者는 [그룹]이라는 기업조직을 해체하여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지향한다는 의미이고, 後者는 [오너]경영이라는 지배구조를 해체하여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을 지향한다는 의미인 만큼 양자는 서로 다르며, 재벌해체는 양자를 포괄하거나 둘 중 하나의 의미를 가지는 용어라고 풀이되는 것이다. 재벌해체는 주로 수면하에서 논의되어 왔으나, 1999년 대통령의 8.15경축사 이후 공론화 된 적도 있었다. 어쨌든 중요한 점은 재벌해체론이 현 정부의 재벌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 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스스로 정부의 새로운 재벌정책은 "재벌해체가 아니라 선단식 경영의 종식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해석함으로써, "사실상 절반의 재벌해체," 즉, 그룹의 해 체와 독립경영의 지향을 재벌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그룹의 해체라는 효과를 갖는 정책수단 중에서 이미 동원되고 있는 것은 내부거래규제, 채 무보증제한, 출자규제 등이다. 재벌과 금융을 분리하는 정책이 추진되면, 이 또한 그룹의 해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계열분리명령과 같은 장치는 아직도 공식화된 적은 없지만, 그 룹을 해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현 정부의 재벌정책 중에 는 [오너]경영의 해체, 내지 과거 방식의 지배구조를 해체하는 정책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모든 재벌을 대상으로 총수경영권의 완벽한 해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가까운 지향점을 갖는 지배구조정책이 도입되고 있으며 회장실폐지, 사재출연, 그룹총수에 대한 법집행과 같 이 [오너]경영의 해체에 가까운 시도가 존재함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벌해체론이 이처럼 현 정부의 재벌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필 자로서는 재벌해체론이 얼마나 견고한 논리적 기반을 갖는지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해 체론을 떠받치고 있는 논리는 많지만, 그 중에서 獨立經營論과 專門經營論이야말로 그 핵심 이라고 볼 수 있다.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룹식 선단식 경영의 폐해와 총 수 1인 지배체제의 폐해를 지적하기 때문에 그 논리적 종착점은 독립경영과 전문경영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우리 사회에서 관료, 정치인, 언론인 중에서 도 독립경영과 전문경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으로서, 결국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두터운 지지세력을 가지는 셈이다. 그러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재벌해체론의 논리적 근거인 독립경영과 전문경영이란, 우선 기업의 차원에서 이것이 경쟁력강화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가 분명치 않을 뿐 아니 라, 정부정책이 이러한 목표를 갖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재벌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재벌정책에 대한 처방이 달라지는 것은 너 무나 당연한 것인데, 재벌정책에 대한 합의가 어려운 것은 결국 진정한 재벌문제가 무엇이 냐에 대한 각자의 논리와 믿음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I章에서는 재벌해체론이 주 장하는 재벌문제와 필자가 주장하는 재벌문제를 대비하고, 결국 정부가 재벌정책을 입안함 에 있어서 어떠한 財閥經濟學을 선택할 것인지 묻고 있다. 해체론자의 독립경영론과 전문경영론에 비하여 필자가 보는 재벌의 문제는 기업가정신의 퇴조, 취약한 핵심능력, 미약한 위기관리능력, 한국경제의 시스템리스크, 그리고 재벌의 정치 적 힘과 한국자본주의의 건전성 약화 등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문제를 야 기하는 뿌리를 이해하는 것으로서, 지배구조의 실패, 금융시장의 실패, 퇴출시장의 실패, 시 장경쟁의 실패, 경제력의 정치적 영향력, 정신분열적인 기업관과 잘못된 재벌경제학, 그리고 법치주의 실패, 재량주의 득세, 부패 등을 재벌문제의 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재벌경제학을 선택하는 일, 즉, 무엇이 진정한 재벌문제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가 장 중요한 대목이다. 문제의식 없는 정책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재벌의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하고 나면, 남는 과제는 그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어떠한 정책을 동 원할 것인가인데, 이 단계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하여 과연 정부정책이 필요한가를 고민할 필 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를 거쳐 필자는 III章에서 현 정부의 재벌정책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그 중 에서 가장 핵심적인 시책들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배구조정책, 내부거래 출자 채무보증규제와 같은 그룹해체정책, [빅딜]정책, 부채비율 200%와 재무구조개선시책, 부실기업정책 등의 잘 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을 평가하고 있다. IV章에서 재벌정책의 향후 과제를 제시함에 있어서 필자는 우선 현 정부가 기본원칙이 나 기본인식의 차원에서 기존의 입장을 수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경쟁력이 재벌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한국자본주의의 건전성을 위하여 필요한 재벌정 책도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앞서 논의한 대로 위기에 대한 재벌책임론이나 재 벌해체론 등 논리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주장을 분명히 배척하고, 재벌개혁과 같은 구조정 책은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2년과 같이 약속 합의 강박보다는 법과 시장을 활용할 수밖에 없음을 주장한다. 필자가 제기하는 재벌정책의 향후 과제는 이 모든 논의의 결론이다. 산업과 금융의 분 리를 지향하되, 관치금융과 재벌금융은 두가지 모두 문제라는 점에서 양자의 동시개혁이 필 요하다. 지배구조는 책임성을 제도화하되 과속을 자제하고 영미식의 강요보다는 한국형 지 배구조의 자생적 발전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부실기업의 퇴출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 지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과제이다. 총수 임원 등 개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공정하 고도 엄정한 법집행은 재벌정책의 기본이지만, 검찰의 중립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현행 규제 중에서는 내부거래규제를 정상화하는 것과 빅딜을 시장에 맡기는 정책전환이 가장 중 요할 것이다. 앞으로의 재벌정책에는 행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인 반면, 법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한편 한국자본주의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재벌과 언론의 분리 등 을 추진해야 할 것이지만, 본 보고서의 범위를 벗어나는 과제이다. 이 보고서는 1999년 말~2000년 초에 대부분 작성된 것이다. 따라서 보고서가 출간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제2의 경제위기, 제2의 금융구조조정, 제2의 재벌구조조정, 그리고 현대그룹 부실화 등을 반영할 수 없었다. 2002년경 김대중 정부의 임기가 종료되는 시점에 또 한번의 냉정한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생산자유승민


날짜2000-06-21


크기 및 분량183쪽


언어영어


출처한국개발연구원


연관링크http://www.kdi.re.kr/research/subjects_view.jsp?pub_no=81&pg=3&pp=1000&mcd=001002001


기록유형문서류


기록형태보고서/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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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제재벌


자원유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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