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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며 한국사회는 외자 유치와 국내 자본시장의 글로벌 개방을 숙명이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97년 위기에서부터 현재 새로운 위기를 누적해가기까지, 한국의 경제구조와 제도 각 부문에서는 어떤 변화들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제도적 변화로 인해 우리는 어떠한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 장진호 선생님과 함께 돌아봅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의 경제구조와 제도 각 부문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변화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경제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자의 커다란 보유지분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에 더욱 강하게 통합되었고, 기업 역시 이러한 자본의 압박 하에 비용 절감과 수익성 확대에 대해 더 중점을 두며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위상을 키워나가게 되었다. 이 와중에 자본시장 변동성 증대, 노동의 생산성과 실질임금간 괴리, 기업수익 배당 및 시세차익 등으로의 국외 유출과 기업에 대한 투기적이고 직접적 약탈 등을 경험하게 되었다. 근로소득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막대한 유동성이 주택 등 부동산 자산 가격을 폭등시켜 다시 부채를 통한 투기열을 부추기기도 하는 모습도 최근 관찰되고 있다. 자산가격 폭등과 실질임금 정체, 제조업 고용 축소 등은 현재 부동산 투기열과 가계부채 폭증, 소득/사회적 양극화라는 새로운 위기의 회로로 이어지고 있다. 초고령사회화로 인한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도 이러한 문제들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 2020년 시작된 작금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이처럼 폭발 직전의 경제사회에 뇌관을 치는 역할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외자 유치는 절대선이고 국내 자본시장의 글로벌 개방과 통합이 숙명이라고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1997년 직후부터 현재 새로운 위기를 누적해가기까지의 집단적 경험들을 반추하면서, 그것만이 과연 절대선과 숙명이었는지를 다시 질문해보고, 혹시 잘못 단추가 끼워졌다면 그곳이 어딘지를 발견하고, 또 어떻게 다시 고쳐 끼워야 할지를 돌아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영끌’, ‘올인’, ‘한 방’을 요구하는 투기장으로 변모해버린 경제에서 벗어나 ‘구성원 전체의 행복한 삶을 목표로 하는 살림살이’를 지향하는 경제로 전환을 이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홍기빈,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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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 장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에서 공대생들을 대상으로 사회학 교양과목들을 강의하고 있다. 정치경제학, 역사사회학, 사회발전론 분야를 공부하고 있으며, 신장섭/장하준 공저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창비, 2004) 등을 번역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Neoliberalism in Post-Crisis South Korea”, “금융 헤게모니로서의 신자유주의 분석”, “한국 재벌과 ‘무책임의 경제”, “금융 지구화와 한국 민주주의” 등이 있다.